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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는 휘파라미스트
작성자 서대화 등록일 2022-01-08 11:52:52 조회수 19

그녀는 쇼팽의 즉흥 환상곡을 듣고 고전음악 감상에 입문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 곡에 얽힌 추억이 그녀의 감성 속에 깊게 자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 해 여름 문예지를 읽다가 그녀가 쓴 수필이 게재된 것을 읽고 
나 역시 그해 그 녹음 짙은 산길에서 있었던 음악성 있는 기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휘파라미스트! 
나는 옛추억을 소환해준 선생에게 휘파람 새 라는 별명을 지어드린다. 
선생의 수필집 『휘파람새의 전설』 과도 통하는 의미있는 별명이다. 
쇼팽의 즉흥환상곡은 일반인은 물론 음악도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곡 이라고 한다. 
잔잔한 강물인가 하면 천길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폭포 같고 
산들바람인가 하면 폭풍우가 몰아치는 벌판에 서있는 느낌이니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음악의 시가 아닌가 싶다. 
(그녀의 수필 ‘추억의 소환’ 중 일부)

 

   그녀는 나와 수필 동인이다. 
그녀는 나보다 먼저 문단에 나왔고 작품의 서정성이나 문장력에 있어서도 
나는 상상하지 못 할 만큼 깊이 있는 글을 쓴다. 
또한 예절 바르고 자상한 심성은 상대방의 가벼운 이야기라도 
그냥 넘기지 않고 귀 기울여 듣고 적절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한 인품과 知的 수준을 알기 때문에 나는 그녀와 대화할 기회가 있을 때면 
되도록 고상하고 단정한 언어를 구사하게 되었다.

 

   이런 저런 모임으로 그녀와 함께 참석했던 적은 참 많다. 
문학회에서 만나면 남달리 친근감을 느꼈는데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 
지혜와 품위가 있어 그와 대화를 하면 나 역시 인격이 상향되는 것 같다. 
이와 같이 품격이 있는 여인과 가깝게 지내게 된 것에 고상한 자부심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1남 1녀의 자녀들에게는 친구 같은 엄마이며 남편에게는 퍽 다정하면서도 헌신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녀가 쓴 글 속에 모든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내 집 딸의 혼사를 앞두고 그에게 물은 적이 있다. 
‘’혹시 선생님 자녀분 혼사 치를 때에 나를 초대 할 건가요?“ 
이렇게 묻는 내 의도를 정확하게 꿰뚫고 얼른 대답한다. 
”그러고 말고요 선생님도 자녀 혼사에는 꼭 저를 초대하셔야 해요“ 
이렇게 해서 나는 그녀를 우리 집 혼사에 초대하게 되었다. 
그런데 암만해도 그녀에게 그날 의도를 물은 것에 대한 그녀의 답변은 
거짓이거나 성의 없는 대답이 아니었나 싶다. 
왜냐하면 그 후 십오 년쯤 지났건만 그 댁의 혼사에 나를 초대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주저하던 수필집을 그녀가 상재(上梓)했다. 
출판된 작품집을 읽고서 나는 그녀의 타고 난 재능을 엿볼 수 있었다. 
작품마다 적절하게 표현된 삽화는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이라 해서 놀라웠다. 
또한 러시아 음악에 심취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즐겨 감상 한다는 
음악적 선호를 알고부터는 정서적으로도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 역시 청소년 시절에도 음악 감상하기를 좋아 했다. 
대중가요나 팝송 보다는 클래식을 즐겨 해서 
서울시내의 뉴월드 혹은 르네상스 음악 감상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중학생 때에 처음 오페라 토스카의 아리아를 듣고 매료되어 
길을 걸으면서도 E lucevan le stelle『에르체반네스텔레...』별은 빛나건만 중 
되지도 않는 첫 소절을 부르며 다녔다. 
그 외에도 모차르트 곡은 거의가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자주 감상하는 메뉴이며 
특히 영화를 통해서 더욱 널리 알려진 K622번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의 음률은 
그 곡에 얽힌 추억과 함께 지금도 심금을 울리는 곡 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

 

   제조업을 운영하던 시절 나는 승용차 보다는 소형 화물차를 운행 할 때가 많았다. 
제품 배달 겸 영업 활동을 위해서 지방도로를 운행 할 때였다. 
자동차가 드물어 한가한 시골길에서 앳되지만 깔끔한 젊은이 하나가 손을 흔들며 태워줄 것을 청한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주말을 맞아 고향집에 다니러 오는 길이라고 하며 자기소개를 한다. 
FM라디오 에서 클래식 음악 프로를 듣고 있었던 내게 
그는 의외라는 듯이 밝은 표정으로 말한다. “아저씨 클래식 음악 들으시네요.”


   산마루에 부는 소슬바람이 일반음악이라 한다면 
클래식 음악은 고요한 밤중에 내리는 창밖의 빗소리 같다고나 할까. 
단정하게 차려입은 생활의복을 일반 음악에 비한다면 
고전음악은 미풍에 한들거리는 여인의 우아한 드레스 자락에 비유할까. 
작업복을 입고 화물차를 운전하면서 클래식음악을 듣는 것에 
젊은 대학생은 아무래도 이질감을 느꼈거나 신선한 자극을 받은 것이 틀림없었을 것이다.

 

   고전음악 감상하기를 즐기는 내 음악의 기호성으로 볼 때에 
그녀의 음악적 성향과 다를 바가 없어 정서적으로 나는 은근하게 그녀를 흔모(欣慕)하게 되었다. 
그러나 내 흔모의 정체는 마음속에 우군 하나를 만난 듯한 안도감 이상은 아닐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삭막한 노년에 만난 프른 감정이다.

 

   언젠가 수필을 쓰거나 읽기를 즐기는 동인 세 명이 만나서 
점심을 함께하고 드라이브 삼아 강변길을 돌아 호젓한 산길을 운전할 때였다. 
두 여인들의 대화에 끼어드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싶어 조심스럽게 핸들만 잡고 있었다. 
그러나
운전을 하면서 침묵하는 시간을 오래 계속한다는 것은 동승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어 
나는 휘파람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흥얼거렸다.

 

   쇼팽의 즉흥 환상곡4번 작품번호 66번이다. 
이곡은 쇼팽의 즉흥곡 중 대표곡으로 알려져 웬만한 분들은 귀에 익은 클래식 소품이다. 
나는 무심하게 이 곡을 휘파람으로 흥얼거렸는데 그녀들의 대화가 잠시 중단되었다. 
담소는 그치고 내가 휘파람으로 흥얼거리는 곡에 청각을 집중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 여인들이 이 곡을 잠시 감상을 하고 있구나. 
그러나 전 곡을 휘파람으로 소화하기에는 난해한 부분이 많아 칸타빌레 부분 한 두 소절로 마무리 할 수밖에 없다.

 

   그 후 십여 년이 흘렀다. 
나는 즉흥환상곡을 들을 때마다 그날 상천고개를 넘으면서 
휘파람으로 부르던 날의 분위기를 떠올리곤 했다. 
그녀는 지금도 그날을 기억하고 있을까. 
의외의 분위기에서 의외로 좋은 클래식 음악을 휘파람으로 감상했다면 
감성수필의 소재로서 적합지 않았을까 라며 혼자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의 은근한 기대는 그녀가 이미 문예지 음악 에세이 란에 게재 발표한 후의 일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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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홍(2022-01-08 14:31:07)

    그녀의 감수성이 더 민첩했군요. 지금도 권사님의 수더분한 모습을 뵈면,
    쇼팽의 즉흥 환상곡은 물론이고 라흐마니노프의 깊숙한 첼로도 매치가 되지않습니다.
    그게 놀라운데, 시골길 젊은 히치하이커에겐 얼마나 경이로웠을까 싶습니다.
    그녀와 다른 그녀가 휫파람 클래식연주에 갑지기 침묵하며 경청모드에 들어간 것도
    경이로움이었을 겁니다. 그것은 일종의 충격이었다고 봅니다.
    오죽하면 서둘러 수필로 고백했겠습니까.
    글에 김동이 있지만 권사님의 실존에 더 감동입니다

  • IT위원회(2022-01-08 13:52:04)

    할렐루야!
    주말 한낮에 서작가님의 [수필] 휘파라미스트를 읽고는
    옛날 좀더 젊었을때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네요

    그 선생이라는 분이
    혹시 내가 아는 그분이 아닌가요?
    맞는지 안맞는지 모르나?
    어떻든 옛날에 많이 들어본 분 ~ 그 선생같은데.
    기억에도 있는듯 하다만 ~

    글쓰는것 외에는 서작가와는
    다른 여러가지 모습에서 비슷한점도 많이 있는것 같은데 ~
    음악을 좋아하는것도 그렇고 ~
    남성성가단 연습실에서도
    피아노 잘 치는 분이 있으면 쇼팽의 즉흥환상곡좀 해보라고 주문도 하고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분이 있네요

    요즘은 연로하셔서 못나오시지만
    테너 1 에 김기예 집사님이 곧잘 치셨는데
    악보도 안보고 ~

    그분도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연세가 아 ~ 91세신데 ~
    생각끝에 모처럼 새해도 되고 전화를 안부차 드려 소식을 들었습니다.
    연로하심에도 목소리는 여전히 까랑까랑하시고

    코로나 걸려서 보름 넘도록 두내외분이 고생을 하셨다네요
    보훈대상자로 보훈병원을 같더니 코로나라고 사모님과 격리 병동에서
    따로따로 보름이 넘도록 고생하시고 이제는 나아서
    퇴원해 집에 계시답니다.

    오래전 부터 그 사모님이 거동이 불편하시어 케어하시느라
    꼼짝도 못하신다네요
    아 ~ 참 나이먹으면 다 그런건데 ~

    그저그저 이생각저생각말고 사는동안
    하나님 의지하며 찬양하고
    힘 남아있을때 모두모두 남성성가단에 충성하십시다.
    하나님께서는 찬양을 창조역사로 쓰시고 계시자나요?
    두서없이 댓글이랍시고 쓰다보니
    이렇게 마무리 합니다. 새해 복 많이들 받으시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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