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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사돈의 눈물
작성자 서대화 등록일 2021-04-29 21:49:12 조회수 59

  사돈 내외가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분들은 스포츠를 즐기는 편이라 국내외 유명 마라톤 대회에서 풀코스를 여러 번 완주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전거 여행으로 세계의 곳곳을 섭렵하며 사는 즐거운 인생들이다. 근래는 한국의 백대 명산을 순회 등산중이라 우리가 사는 고장인근 천마산 등산을 마치고 귀가 중에 전화를 했다는데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적이 있다. 그와 같은 내용을 알게 된 우리도 아쉬운 마음이 여간 아니었다.

 

  완연한 봄이다. 근처의 맛 집에서 갈비탕으로 식사를 마치고 인근의 수동 계곡으로 향했다. 햇살 밝은 계곡의 신선한 경치와 봄바람을 쏘이는 기분은 사돈내외를 대하는 조심성을 잊게 할 만큼 상쾌하다. 인적이 뜸한 숲길에 허름한 듯 고풍이 느껴지는 찻집에 들렀다. 우리 넷 외에 아무도 없는 카페에 앉아 이런 저런 환담의 시간을 즐겼는데 손자들의 성장에 관한 화제가 주로 이어졌다.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첫째 손자인 윤우에 대한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했지만 아이에 대한 나의 믿음은 긍정적이다. 친가 측인 그들의 인간미 깊은 성정과 훈훈한 가풍을 알고 있는데다가 성장기에 한 번도 부모의 마음에 걱정을 주지 않던 내 딸의 심성을 본받았다면 아무 걱정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는 내 의견을 말했다.

 

  윤우는 어렸을 때 우리와 함께 생활한 적이 있다. 초로의 인생을 살아가던 그 무렵 우리는 뜻하지 않은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 아내에게는 쉽지 않은 육아의 과정이었겠지만 탈 없이 성장하는 모습과 하루가 다르게 지능이 발달하던 그때를 돌아보면 지금은 즐거운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그런데 두 세 살 무렵 윤우는 감성을 자극받는 경우에 자주 울었다. 달 밝은 가을밤 하늘을 보면서 엄마를 찾으며 울었고 할머니가 자장가 삼아 불러주던 『섬집아기』 라는 동요를 들으면서도 눈물을 지었다.

윤우의 여린 감성이 혹 외조부인 나를 닮은 것이 아닐까. 나도 조금만 감동스러운 일을 대하면 눈물이 난다. 어떤 때는

 

  TV 아침 방송을 시청하다가도 눈시울을 적실 때가 있다. 그러나 아내에게 조차 민망한 마음이 들어 내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나 개인의 내면세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나온 시대는 여린 감성으로도 성실이라는 키워드 하나만 가지고도 용케 살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더욱 치열해 질 미래의 세계에서 눈물 많은 인성으로도 희망하는 것을 이루며 무난히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된다.

 

  햇살은 밝고 온화하다. 길가 나무들은 연두 빛 잎을 피어내고 양지바른 산언덕에 분홍빛 진달래가 봄바람에 나부낀다. 지금은 만개했으나 이내 져 버릴 목련꽃을 아쉬운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계곡을 뒤로 했다. 가까운 친구 부부와의 사이처럼 아무런 거리낌 없는 일상적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 집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향 좋은 녹차에 물을 부으면서 오후의 시간을 가졌다.

 

  사돈은 충남 서천이 고향이다. 선친께서는 지역 유력자로서 양조업을 운영했던 관계로 경제적으로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또한 윤택한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형성된 인성답게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하는 것에 조금도 꾸밈이나 가식이 없다. 순한 햇살이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백봉산 봉우리에 푸르스름한 이내를 이룬다. 고향집 언덕에 피어나던 무성한 백목련 이야기며 유년 시절 행복했던 기억을 말하며 사돈은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때 그의 핸드폰 톡 기능의 신호음이 우리들 틈으로 들어왔다.

 

  사돈이 나를 보며 “수필작가의 감성으로 이 글 한번 읽어 주시죠.” 하면서 스마트폰을 내게 펼쳐 보인다. 그의 표정으로 보아 혼자 느끼기 아까운 감동을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것 같다. 내용은 80대 중반의 연세를 살고 계시는 연로하신 누님이 막내 동생인 사돈에게 보낸 톡인데 고목이 다되었음직한 목련나무에 하얀색 꽃이 활짝 핀 사진이 먼저 눈에 보인다. 누님은 오늘 고향집에 다니러 갔다가 즉석에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여려 형제들에게 보낸 것이다.

 

  제목은 『목련꽃을 회상함』 이다. 우리 양조장 언덕 위, 흐드러지게 만발한 목련 한그루 다들 기억하지? 봄이면 소곡주 향기와 함께 꽃 잔치 벌이신 아버지. 고추 상추 언덕 빼기 채전 밭 드나들던 우리 어머니. 중략... 한여름 모깃불 연기 속에 평상에 모여 수박 먹으며 별을 헤던 그 시절. 웃음소리 끊이지 않던 그곳 너는(목련나무) 알리라. 여기까지 읽는데 콧날이 시큰 목이 멘다. 타인에 의한 간접 경험이지만 읽으며 상상하니 그 옛날의 즐거웠던 일들이 마치 내가 겪은 듯 눈에 보인다. 봄마다 꽃 잔치 벌여주시던 인자하신 아버지와 채소밭 오르내리시던 어머니를 상상하니 나 역시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이제는 유명을 달리한 몇몇 형제들과 흘러간 세월과 세월 속에 묻혀버린 수많은 추억들이 되살아나 사돈의 마음속으로 찾아왔을 것이다.

 

  목이 메어 이어 읽지 못하는데 사돈은 솟구치는 그리움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함께 듣고 있던 안사돈 역시 눈시울을 적시며 남편의 등을 가볍게 토닥거리며 위로한다. 뜻밖의 일이며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보며 우리는 놀라기 보다는 사돈의 그리운 추억에 동참하고 있었다. 사돈은 막내로 태어나 가족들의 사랑을 충분하게 받으며 성장 했다니 그 행복한 기억이 얼마나 많으랴. 목련나무 아래에서 벌이셨을 봄 꽃 잔치 속에서 웃음소리 끊이지 않던 장면은 상상만 해도 돌아가고 싶은 성장기의 추억이 아닌가.

 

  ‘눈물은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치유의 물이다.’ 라며 영국의 헨리 모슬리 라는 정신과 전문의가 정의했다. 또한 눈물을 흘리면 뇌와 근육에 산소공급이 증가되고 혈압이 일시적으로 낮아져 심장병 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보도를 읽은 적이 있다. 사돈의 눈물을 보며 우리는 더욱 친근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눈물 많은 윤우의 여린 감성은 친할아버지의 유전인자를 물려받은 것이 확실하다. 그 소중한 외손자가 나의 인자를 닮지 않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나 마음 한 구석이 섭섭한 것은 왜 일까. 끝.

 

                                                       2021. 4.

                                                                               수필문학 5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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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대화(2021-05-06 20:44:19)

    동지 여러분의 성의있는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어쩌면 본문에 비해 표현방법만 다를뿐 오히려 더 자상하고 진솔하게 쓰신 내용에 감사를 넘어 감동을 받습니다.

    김철환 권사님, 이쯤 되셨으니 안심해도 좋을듯 합니다. 글 읽기조차 힘들다 해서 문자 안부 드리는 것 까지 망서렸는데 이와 같이 장문의 댓글을 구상하고 타자하시는것 보니 참 다행이며 중보기도가 이루어지는 실증을 느낍니다. 하여간 병마로부터 승리하신것 우리 모두의 기쁨 입니다.

    강영진 권권권사님.(오래된 권사에 비해서 너무 새롭고 소중한지라 세번^^)
    느낌과 감회를 근사하게 써주신것 하여간 다 좋은 의미루다가 받고 감사함 전합니다. 그리고 또 쓰려거든 좀더 깊이있고 감동적으로 쓰라는 충언으로 알고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그대가 사돈을 만나게 된다면 정말 품위있고 더 고상하면서도 친절한 관계 이루며 화기애애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IT위원장 김기두 권사,
    너무 추켜 세우거나 잘 모르고 하는 칭찬같아 맨정신으로 듣기에 약간 민망한 마음이 듭니다.
    똑똑할것도 없는 아비와 어멈이고 아이 역시 그저 그마안 한 아이일 뿐이니 너무 높게 평가하지는 말아주시게.
    재민이와 비교하면 안돼.그만 못한 아이이니 상대를 피하는게 상책인듯 하네. 근데 한가지,그곳 외국인 학교에서 수학하니 영어는 그 부모들도 윤우한테 배우는 수준이라할까.
    하여간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하기만 바라며 기도하고 있지. 어디까지 성장 하는 모습을 보게 될찌...
    마치 내 자식인듯 귀하게 생각하는것 고맙게 생각하네.

    이남용 단장님.
    목련꽂에 대한 추억 한두가지 없는이는 없겠지요. 學窓때 교정을 지키고 섯는 백목련의 웅장하고도 순결해 보이는 모습은 어른이 되어서도 새롭게 느끼는 추억속 그리움이지요.
    모처럼 사돈의 방문으로 나 역시 계곡의 봄을 느끼는 좋은 기회가 되었답니다. 이남용 단장 께서도 눈물과 가깝게 지낸다는 말씀으로 봐서 여린감성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것 같군요.
    그대신 성실하고 나이에 비해서 순수한 면이 많아 한 가정을 잘 이끌어 나가실듯 합니다. 좋은 장로 좋은 단장 좋은 가장되어 교회에서 혹은 사회에서도 크게 인정받고 특히 하나님께 칭찬받는 성도의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성의있는 댓글에 감사.^^

  • 김철환(2021-05-03 17:15:00)

    강 파트장님 말씀대로 멀고도 어려운 것이 사돈지간인데
    어쩌면 이렇게 진한 인간미가 넘치는 장면을 연출하시며
    사시는지 참으로 부럽습니다,
    나도 사돈이 있지만 아직 한 번도 허심탄회하게 만나서
    식사한번 해본 기억이 없는 처지라 권사님의 글을 읽을 면서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윤우가 어렸을 적부터 영민하다는 이야기를 더러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감수성이 예민한 손자였음을 처음 알았습니다.

    마침 어버이날이 다가오고 있어 가족들이 모일 기회가 있는데
    이 이야기로 화제를 만들어 볼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갑자기 사촌누님이 보고 싶어지는 것은 내 어릴 적 추억을
    기억하고 이야기 해줄 사람이 큰집 누님들뿐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올해로 88세를 맞이하신 누님에게 전화라도 드려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해주신 권사님의 글 감사 합니다.

  • 강영진(2021-05-01 17:14:04)

    앞으로 다가올 것은 얼마 남지않고 지나간 것들은 밤하늘의 별같이,흐르는 강물같이 무수히 그리움되어 덕지덕지 쌓이는게 노후인생

    좋은일 나쁜일, 좋든 싫든 옛것들은 모두 그리움... 내 작은 인생에서 모든 선택들의 合이 지금의 나인 것을 깨닫는 순간 고칠 수 없는 추억으로만 남게되고 아리고 후회스럽고 그저 아련함 투성이지요

    大公님의 사돈간 소박하고 진솔한 글 의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전 아직 그런 인적묶음의 관계를 만들지 못해서인지 남들의 얘기를 간접체험으로만 학습하고 있답니다

    옛부터 어렵고 먼게 사돈지간이
    라는데 글로봐선 이만하면 쌍방이
    귀한 호인들임에 틀림이 없겠어요

    많이 좋으시죠? 지나간 것들...
    다 좋았을듯 싶습니다

    글로 봐서 제 느낌도 좋았으니
    이렇듯 어진관계 잘 챙기시고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감사드리며...

  • IT위원회(2021-04-30 23:00:48)

    그 사돈이 누구인지 내가 알고 있기에 본 수필 "사돈의 눈물" 을 읽는동안 왠지 낯설지도 않고 친근감을 느끼며 공감을 하게된다.
    누구인지를 알고있는 가운데 읽으니 그런가 부다.

    말 하자면 서작가의 사위는 이름이 최일용이요 딸은 서장희로 홍콩에 살고있다.
    딸 서장희는 나의 딸 연호와 나이가 동갑이면서
    그들의 자식들 윤우와 나의 외손 박재민이도 서로 동갑이다.
    서 작가는 유능한 사위를 두어 나에게도 꽤 부러움을 사게 되는 똑똑한 사위 이기도 하다.

    딸 서장희는 예쁘기론 교회에서도 정평이 났었든 아이다.
    다행스럽게도 아빠 서작가의 모습을 닮지않은 딸 서장희는 모습이 매우 예쁜아이다.
    옆에 같이 있으면 어떻게 저런 ~ 저렇게 예쁜아이가 나왔지??

    물론 서작가가 들으면 기분 나빠할지 모르겠다마는 모두가 볼때에 서작가 또한 그리 빠지는 인물은 아니잖는가?
    그러니 너무 기분나빠하지는 마시게나 ~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외손 최윤우는
    한국학교로는 중1에 속하는데
    나의 외손 박재민도 한국에서 중1일이 되는 아이들이다.
    재민이는 남성성가단과는 깊은 관계성이 있는 아이다 (나중에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하기로 하고 ~ )

    평소 느끼는 얘기다만 나의 외손 재민과 서작가의
    외손 윤우는 서로가 닮은면도 많아보인다.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아이들이다.

    그러나 윤우는 똑똑한 아빠엄마를 두어 어려서부터 영어권인 홍콩에서 살고있어 재민이와는
    그 부분이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있어 환경의 지배를 받으며 각각 다른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는것이다.

    왜? 이 얘기를 쓰고 있는가 하면 그 사돈의 훌륭한 면과 서작가 내외의 훌륭한 면이
    나와 우리 사돈들 사이에서는 볼 수 없는 부족한 면들을 보면서
    친구의 훌륭한 면면을 은연중에 보고 배우며 살게 되니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어 이 기회에 고백해 본다.

    그 와의 친분관계는 사회가 아니고 교회 친구다.
    우리의 관계를 하나님께서 맺어주셨다 할수가 있다.

    바로 오늘 이 수필 "사돈의 눈물" 에서 많은 것들을
    느끼게 되어 두서없이 생각나는 마음들을 댓글로 남겨본다.

  • 이남용(2021-04-30 16:43:55)

    오늘도 어김없이
    서대화 권사님의 글을 읽으며 잊었던 옛 추억을 생각합니다.

    제가 나온 고등학교의 교정에는 유난히 목련이 많았습니다.
    시인이자 음악선생님 이었던 스승님이 첫 만남에서 하셨던 말씀
    "이 목련이 3번 피고지면 여러분은 이 교정을 떠나게 되고 다시는 들어오기가 쉽지는 안을거야"
    그 때부터 교정에서 목련과의 많은 추억을 만들었었는데
    정말 이제는 한번 가기도 어렵네요 ㅠㅠ...

    그래도 그때가 가장 좋았던것 같습니다.
    모처럼 권사님 덕분에 진한 추억에 잠겨서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런 가치가 있는것 같습니다.

    눈물을 흘리는것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는 더욱 반갑게 들립니다.
    요즘들어 눈물이 많아지네요...ㅎ
    어제는 교구에 상이나서 발인 예배에 참석을 했었는데
    목사님의 말씀에 감동 받아서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영면하신 어머님이 쓴 자녀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기도 제목을 읽어주시는데
    나의 영원한 중보 기도자가 되었던 어머니가 생각나서 혼났습니다.

    어버이날 찬양을 준비하는 우리 남성성가단 단원님들께
    우리의 영원한 아바아버지인 하나님 아버지를 찬양하는데
    더욱 열심히 암보하여 5월9일 저녁에는
    성전이 들썩거리는 찬양되도록 열심히 준비하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찬양하며 기쁜 하루 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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