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IT산업의 발전으로 놀라운 변화를 겪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분야에서도 생활 속 깊숙하게 뿌리내려 인간이
누리는 유익한 혜택들은 헤일 수 없이 많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와 정보통신의 발전은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다. 품질이나 기능면에 있어서
세계 시장을 석권한 스마트폰은 우리나라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만드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1876년 알렉산더 벨에 의해서 전화기가
발명되고 한 세기 반이 지난 지금은 세계 인구 중 대다수의 사람들이 스마트 폰에 의해서 각종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은 Telephone
본래의 기능보다 손 안에 들어온 컴퓨터의 용도로서 우리 생활 속에 깊게 자리 잡았다. 이제는 스마트폰 없으면 생활이 불편할 뿐 아니라 업무가
마비되거나 정신적 공황상태에 이르는 경우도 생겨나게 되었다.
나의 스마트폰 생활은 기본적인 기능을 이용하는 정도에서 그친다. 전화를 주고받는 것 외에 Talk 방식을 이용해 메시지나 영상을 받고 보내는
일과 궁금한 뉴스와 시사를 확인하는 등 간단한 인터넷 검색정도에서 만족한다. 그런데 한 가지 편리하고도 놀라운 것은 전화기 소유자가 어느
곳 에 있던지 현재는 물론 과거에 지나온 족적만 있어도 위치추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거나 열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
으로 낯선 곳을 여행 할 때 현재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은 참 편리한 기능이다. 그 편리함은 범죄 해결 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떤 기관의 계획된 의도에 이용된다면 기술력에 놀라기 보다는 두렵고 섬뜩함을 느낄 것이다. 내가 현재 어디에
머물고 있으며 어느 곳으로 이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개인정보가 누군가에 의해서 적나라하게 기록되고 있다면 이것은 개인의 사생활이 심하게
침해 받는 것이 아닌가.
지난 8월, 광복절을 지낸 어느 날 낯선 음성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구 보건소 누구라고 신분을 밝힌 전화 속 여인의 음성은 나에게 “지난 15일
오후 한시부터 다섯 시 사이에 광화문 근방을 지나신 적 있나요?” 라며 비교적 상냥한 어조로 묻는 것이었다. 얼른 생각해 보니 과연 그러한 사실이
있었다. “예 그날 그 시각에 광화문에 있었는데 왜 그러시요?” 달갑지 않다는 억양으로 대답하는 나에게 “그러시다면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셨나요?”라고 묻는다. “아니 검사를 받고 안 받고는 둘째 치고 그 사실을 어떻게 아셨소?“ ”저희도 어떻게 알게 된 경로는 모릅니다. 다만
리스트를 받았을 뿐 입니다.“
광복절이 지나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진 율은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방역당국에서는 광화문 집회를 감염원으로 판단하고 시위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그날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던 전원에게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고 검사에 불응하는 이들이 확진 판정을 받게 될
경우 3백 만 원의 벌과금과 손해배상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발표했다. 집회의 자유, 정보통신법 위반, 민간인 불법사찰 등 예민한 문제를
떠난다 하더라도 개인의 동선動線이 이토록 명백하게 들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날 시위에 참석했던 인원은 대충 계수한다 해도 수 만 명에 이를 것이다. 그런데 나 같은 자연인 한 사람의 참가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런데 바로 이러한 기능이 스마트폰에 내장되어있는 위치추적 장치의 놀라움이다. 나는 지난 광복절에 보수진영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쏟아지는 비를 맞아가면서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제창하면서 시위에 참석했었다. 그런데 동행했던 지인과 떨어지게 되어 그의
소재를 알기위해서 문자를이용한 적이 있었다. 나는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 있었고 동행했던 친구는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비를 맞으며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알기 위해서 몇 번 Talk 기능을 이용한 적이 있었는데 이 소통의 흔적이 단서가 되어 나의 집회 참석여부가
밝혀졌고 위치 추적이 된 것인 줄 안다. 위성 항법장치를 이용한 이 기능은 이와 같이 특정인을 색출하는데 용이하게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은 촌각을 다투는 급한 상황에서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가깝게 지내는 선배 한 분은 한적한 시골에
살면서 농사를 지어 자식들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자녀들은 비교적 좋은 성적으로 학업에 열심을 다했고 졸업 후에는 사회의 일꾼으로
성실한 삶을 살고 있다. 큰 아들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학위를 받아 모교에 남아 교수로 임용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여러 가지 조건 중 그야말로
2%가 모자라 조교수에 머물러 있었다. 그것이 한두 해 지나고 삼년이 지나 무정한 세월은 흘러가도 아들의 임용기회는 오지 않았다. 초조한 그에게는
의욕도 열의도 자신감도 식어갔다. 어느 날 아들은 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말한다. “아버지... 저는 대학에 머물러 있는 것이 싫습니다. 아버지 농사
일을 도우며 제 소신대로 살고 싶습니다. 고향으로 내려오게 해 주세요.” 조심스럽지만 간절한 심정으로 아버지의 허락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들을 대학교수로 성공시키는 것이 자신의 인생이 승리하는 것이라 믿은 아버지는 아들의 간절한 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후에도 몇 년
을 더 노력했지만 끝내 임용의 기회를 얻지 못했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에 까지 이르렀다.
아들은 다시 한 번 귀농의사를 밝혔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변치 않았다. 어느 날 아들은 눈물로 자신의 무능과 불운을 아내에게 털어놓았다. 생계를
위해서 남편대신 직업의 일선에서 활동하던 아내는 따듯한 말로 남편을 위로했다. 그러나 그 날 아들은 핸드폰의 전원마저 차단하고 어디론가 사라
졌다. 섬뜩하고도 불안한 예감을 느낀 아내는 모든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고 남편을 찾아 나선다. 연관 있는 어떤 곳에도 아들의 소식을 아는
이는 없었다. 순간 번쩍 하는 느낌이 있어 스마트폰의 위치추적 기능을 떠올렸다. 경찰에 신고하고 의뢰하여 그가 마지막 통화한 지점을 알아내기에
이른다.
아버지 사는 집에서 멀지 않은 야산 골짜기. 급하게 달려간 가족들은 그곳에서 반듯하게 누워있는 아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평온한 표정으로 먼
길을 가고 있는 그에게서 미세한 숨소리를 듣게 된다. 급하게 앰브런스가 도착했고 시내의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렸다.
한 사람의 인재이며 가장이고 엄한 아버지의 착실한 장남이 스스로 걸어가던 죽음의 문턱에서 회생하게 된 것은 스마트 폰의 위치추적 장치의 역할,
그것은 IT 산업의 발전에 의한 인류의 위대한 승리이며 업적임에 틀림없다. 현대와 같이 복잡다단한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문명의 이기일 뿐
놀랍거나 두려워할 기능은 아니지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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