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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국밥 예찬론
작성자 구본홍 등록일 2021-10-24 17:24:42 조회수 15

<콩나물국밥 예찬론>

 

주일엔 아침 7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

새벽기도는 못가지만 주일만큼이라도

기도로 하루의 첫 시작을 하고 싶어서다.

 

예배가 끝나고 아침 식사를 하러 교회 옆

전주콩나물 국밥집을 찾았다.

아주 가까운 곳에 아주 평범한 곳에

이렇게 아주 유명한 맛집이 있다는 것은

식도락을 즐기는 나로선 행복이다.

 

전주완산골 명가 콩나물국밥이다.

평소에도 이 집 콩나물국밥과 순대국, 돌솥전주비빔밥에

매료된 <식도락>들이 줄을 잇지만, 일요일 아침에도

배고프더라도 회전속도를 치밀하게 계산해서

타이밍을 맞춰 와야 한다.

 

이 집의 시그니처(signature)는 당연히 콩나물국밥이다.

자리에 앉으면 거의 동시에 4가지 반찬이 오른다.

오늘은 깍두기 배추김치 무우말랭이 오징어 젓갈, 잔멸치 볶음이다.

그리고 수란이 나온다. 수란을 모두에게 다 주는 줄 알고

왜 나는 안 줄까 싶지만, 콩나물국밥에만 나온다.

취향대로 간을 맞추라고 청양고추와 새우젓이 함께 오른다.

 

주방을 힐끗 보면 여장부 같은 아주머니 혼자인 듯한데,

그 많은 손님이 한꺼번에 밀려와도 국밥이 나오는 속도가 빠르다.

 

먼저 펄펄 끓는 국물을 크게 한 숟갈 떠서 맛을 본다.

황태 향이 먼저 일어나더니 뒷 끝으로 멸치 다시마



그리고 그 무엇이 달려온다.

너무도 익숙한 콩나물국밥의 육수인데도 신기하게 새롭다.

아마도 이 집만의 독특한 비법이 있을 것이다..

 

그 국물에 매료되어

전주남부시장 콩나물국밥 맛있게 먹는 수칙에 따라

습관적으로 첨가하던 청양고추와 새우젓 투하를 거부한다.

이 첫 만남의 느낌을 떠나보내기가 싫어졌다.

 

하지만 그 수칙에 따라 김 가루는 넘치도록 쏟아부었다.

국밥을 휘저어 보니 그야말로 콩나물이 엄청 많다.

토렴한 밥도 뚝배기 밑으로 적당히 깔렸고

빨갛게 익은 오징어 조각 고명들이 꽤 많이 보인다.

함께 나온 반 공기의 밥을 모두 넣었다.

이제부터 수란을 먹고 콩나물부터 먹어야 할 텐데,

그사이에 새로 넣은 밥에 국물이 배여서 토렴 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먼저 수란에 김 가루를 듬뿍 넣고

국밥 국물 두 숟갈 부어서 맛을 본다.

어디에도 김은 신의 한 수가 되지만

김 가루를 넣은 수란은 세계 최고의 애피타이저다.

 

드디어 국밥이다. 국물과 밥, 그리고 오징어 조각을 얹어

한 숟갈 크게 맛을 본다.

혀의 모든 식감이 긴장하듯 곧추서더니

다투어 제맛을 찾느라 난리법석이다.

특별히 간간이 씹히는 오징어가 바다향을 뿌리며 위세 한다.

비로소 혀를 타고 식도로 넘어가자,

()로부터 수만 명 관중의 환호 소리가 진동하고

머리에선 교회 새벽 종소리처럼 깨우침이 일어난다.

 

온몸에 쌓인 온갖 낡은 세포와 머리를 짓누르던 스트레스가

마치 세척 하듯 빠져나가는 카타르시스를 체험한다.

이마와 목줄기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카타르시스의 표증(表證)인가.

 

전날 밤 서러운 세상 탓하며 자학적 폭음을 했던 젊은이들,

그래도 아침 일찍부터 줄 서서 인내하며 기다린 그들에게

콩나물국밥이 카타르시스인가 해장인가.

 

술 마시지 않은 자들에겐 이 국밥은 영혼의 소환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맑은 영혼으로 시작한다.

우리 콩나물국밥 한 뚝배기 합시다. 202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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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남용(2021-11-18 15:43:38)

    구본홍 권사님 글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또 지난날 추억에 빠져봅니다.
    매주 토요일 7시 연합속회로 예배드리고 먹었던 그 콩나물국밥...(언제부턴가 토요일에 영업을 안함)
    자동차 전주공장 장기 출장 때 아침 식사로 먹었던 그 콩나물국밥...
    그 때 그 콩나물 국밥이 우리 구본홍 권사님을 만나서
    예찬론의 주인공이 되었네요.

    김철환 권사님 말씀 처럼 다음 예찬론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 김철환(2021-11-01 15:38:34)

    권사님 글 잘 읽었습니다.
    콩나물 국밥 일인분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을 줄을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저도 3부 예배를 마치면 한 달에 두 번 정도를 그곳에 가서 콩나물 국밥을 먹습니다.
    권사님 글을 읽고 났더니 내가 먹던 그 콩나물 국밥 맛이 입속에 군침을 돌게 합니다.
    대치동 기사식당 중에 전주 여고 출신이라는 여사장님이 하는 콩나물 국밥집이 있습니다.
    한동안 그 맛에 빠져서 아침 출근길에 들려서 식사를 대놓고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최 한 업 장로님 병원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있는 식당인데 가격이 5500원 밖에 하지 않는
    국밥이지만 맛만큼은 만원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맛있는 집이랍니다.
    새벽일을 나가는 사람들과 택시 기사들이 새벽부터 장사진을 치고 밥을 기다리던
    시절도 있었는데 근처에는 우리 바리톤에서 봉사하다가 잠시 쉬고 있는
    이은철 집사네 닭곰탕 집도 있어서 자주 먹으러 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김 기두 권사님 말씀대로 맛 칼럼 리스트를 하셔도 손색이 없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편이 기대 됩니다.

  • 구본홍(2021-10-31 09:50:38)

    김기두 위윈장님 격려의 댓글 말씀 감사합니다. 게시판이 단원들이 평범한 일상들, 소박한 소망, 생각과 지혜를 편안하게 얘기하고 함께 공감하는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잡히는 대로 쓰고 있습니다. 단원들께서 쉽게 다가와서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올린 콩나물국밥집은 교회 우편 압구정성당 옆 모퉁이에 있는 완산골 전주국밥집입니다.
    1부 끝나면 광림식구들이 우르르 와서 조찬을 즐기는 곳이지요.
    곳곳에 콩나물국밥집이 있지만
    이 집 참 잘하는 것 같습니다.
    비빔밥, 순대도 알차서 우리집권사가 아주 좋아합니다.

  • 김기두(2021-10-30 11:13:00)

    콩나물국밥 예찬론을 읽으며
    한마디로 먹고싶도록 구미를 자극하는 글이기에 충분합니다.
    입에 침을 돌게하는 글이네요
    맛 칼럼리스트가 되어도 충분할 음식평론을
    참 ~ 맛갈나게 잘 하십니다.

    어느 집인지 대강 짐작이 가기는 한다만
    내가 생각하는 그 집 인지는 모르나
    언제 한번 기회를 만들어 봐야 하겠군요

    흔히들 음식평론가가 먹으면서 일일이 반찬 하나하나 까지도
    이렇구 저렇구 평하는 소리를 듣다 보면
    먹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하여 전에 한때 찾아서 즐겨듣던
    황교익?

    이 방송을 전에는 종종 찾아서 들으며 보던때가 있었는데
    공중파 방송들이 기우러진 이후로는 일절 아혜 방송자체도
    안보고 근처도 안가게 되었는데

    유튜브나 포털싸이트를 들어가다 보면
    눈에 띄어 보게되어
    요즘붉어지고있는 이사람이 이재명과 관련이 깊은 모습을 보고는
    이런자를 한때 즐겨보던 맛 칼럼리스트 였나?

    오히려 밥맛 떨어지게 하는 것들로
    실망을 하게 하는 자들이니 ~
    경기도청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편드는 모습을 보고는 그놈이 그놈이네
    왜? 얘기가 이쪽으로 흐르지?

    그렇습니다.
    우리 남성성가단에는 정말로 훌륭한 분들이
    많이 모인 곳입니다.
    이런곳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며 한주일에 한번이상은
    꼭 만나게 되는 현실에 나이는 먹고 있으나
    참 행복함을 느끼게 됩니다.
    모든일이 하나님의 철저하신 섭리에 의함이지요.
    글을 읽는동안 맛있게 입맛다시고 갑니다.
    행복 ~ 샬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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