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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간병일지
작성자 서대화 등록일 2021-10-20 23:01:57 조회수 14

[수필] 간병일지

                                                            서 대 화

 

 입원 중이신 어머니 건너편 침상에 새로운 환자가 들어왔다. 다른 병원에서의 진료를 거쳐 간병이 편리한 집 근처 병원인 이곳으로 옮겨 왔다는 것이다. 올해 48세의 여인으로서 슬하에는 장성한 두 남매와 남편이 있다고 한다. 노인 전문 병원인 이곳에서는 꽤 젊은 편에 속했지만 오랜 투병생활로 심하게 야위어 있었다. 그러나 균형 잡힌 콧날과 시원한 눈매가 건강했을 때 의 빼어난 미모를 짐작케 한다.


 침상을 정리하고 편히 누운 뒤에 그녀는 힘겹게 말을 잇는다. 위암이 늦게 발견되어 암세포가 간 외에 다른 장기에까지 전이되어 수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것이다. 이제는 진통제만 맞으면서 운명을 기다리고 있을 뿐 이라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그는 이미 인생 종말에 대한 공포나 삶에 대한 미련 따위는 초연한 듯 담담한 표정이다. 가슴 아프고 애처로워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듯한 요즘의 나를 더욱 심난하게 만든다.


 피할 길 없는 벼랑 끝에 서있는 그녀에게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그의 곤고한 영육을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 간호사가 신상 조사를 할 때에 들으니 분명 그녀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래, 전도 하자 전도해서 구원받고 천국가게 하자.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연습하며 여러 번 기회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아직도 젊은 나인데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아요?” 그녀는 자조 섞인 엷은 미소를 띠우며 이젠 틀렸어요.” 한다. “기적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어요. 하나님을 믿으시고 그분께 앞길을 맡겨 보세요. 살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우리는 알 수 없다는 것과 그분께서 하시고자 하면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간곡하게 설명한다.


 그녀는 고무호스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말기 암의 적갈색 복수(腹水)를 체념의 눈으로 바라보며 나 지금이라도 하나님을 믿을 수 있나요?” 한다. “있고말고요. 물론이지요.”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하신 사랑과 예수님의 대속하신 은총을 간단하게 설명한다. 장황하면 지루해 할까봐 되도록 간결하게 전했더니 잠시 통증을 잊은 듯 나를 바라보는 눈이 맑다.


 요한복음 112절의 말씀을 읽어준 후 야위어진 그의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한다.“주님께 돌아온 이 여인에게 자비와 긍휼을 베풀어 주시옵소서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예수 믿고 살려는 욕심 때문이 아니고 지금 죽더라도 하나님 믿고 죽고 싶은 거예요


 예수님의 오른편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는 죽음 직전에 회개함으로 낙원에 거하는 구원을 받았다. 임종을 앞둔 병상에서 하나님을 영접한 이 여인의 믿음 또한 예수님께서 받아주셨으리라.


 신약 복음서 중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기적과 여러 가지의 병을 고치시는 예수님의 기사와 이적을 찾아 읽어 주었다. 또한 이사야 4110절 말씀을 읽으며 하나님을 믿으니 이제는 두려워하지 마시라며 위로했다. 병실 유리창을 통한 밝은 겨울 햇살이 그녀가 누운 침상위로 고요하게 드리운다. 어느 곳의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영혼까지 받아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어찌 다 전하랴.


 긴장하고 초조한 며칠이 지났다. 내가 나가는 교회 목사님 의 특별 병상 세례를 받으며 그녀는 감사의 표현을 수없이 하며 안쓰러워한다. 그녀를 위해 이제 나는 무엇을 해 주어야 할까. 때때로 그와 그 가족을 위하여 기도하며 조금의 시중이라도 들어주고 싶으나 그 못지않은 위독한 증상으로 괴로움 당하고 있는 어머니의 간병이 여유 있는 시간을 허락지 않는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를 건너다보노라면 어쩌다 마주치는 그녀의 시선은 부드럽고 명랑하기 까지 하다. 괴로운 가운데에서도 미소 지으려는 그녀의 의지는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신앙의 고백이었을 것이다.


 쇠잔한 그녀에게 성경책의 무게가 너무 힘겨울 것 같아 메모지에 옮겨 써서 건네준 주기도문을 모두 암기하노라 면서 나를 향해 소리 내어 외운다. “고마워요 이 은혜 잊지 않을께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눈물을 글썽인다. 나도 눈물이 난다.


 침체되고 어둡지만 간간히 찾아드는 무통의 짧은 시간에 주님 가르쳐 주신 기도문을 읽고 또 외우며 몇 번의 밤낮을 보낸 새벽녘 그녀는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영원으로 향하는 그녀의 평안한 모습을 보며 나는 기도한다. “이 영혼을 받아주신 것을 믿고 감사드립니다. 고통 없는 주님 나라에서 편히 쉬게 하소서


 새벽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조용한 병동의 이른 시각, 그녀는 지하 영안실로 옮겨졌고 그가 떠나간 빈자리엔 아직도 그녀의 체온이 가시지 않은 주기도문의 손때 묻은 메모지가 쓸쓸하게, 그러나 빛나는 영혼의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그녀가 떠나고 며칠이 지난 3월 초하루 어머니께서도 소천 영면 하셨다.  22년이 지난 옛 이야기다. .


                                                   『영접하는 자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

                                                     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

                                                     로서 난 자들이니라 

                                                               [요한복음 1장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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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남용(2021-11-18 15:32:42)

    우리 남성성가단의 믿음의 레전드이신 서대화 경조부장 권사님의 간병일지를 읽고
    권사님께서 전도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하시는 모습에 다시 반성과 회개를 합니다.

    1995년7월19일 늦은 아침
    3년동안 암 투병하시던 어머님이 56세 꽃다운 나이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지금와서 이야기지만 참 한심한 아들이었던것 같아요.
    하나님께 무릎 꿇고 나의 어머니 살려달란 기도 한번 못해봤으니까요...

    병원에서 임종을 앞둔 낯선 젊은 여인을 향한 서대화 권사님의 전도에 대한 열정과 믿음에
    너무 감동 받았고 은혜를 받았습니다.
    앞으로 저도 서대화 권사님을 본받아 전도자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남성성가단에 믿음의 레전드로 오래도록 함께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 김기두(2021-10-23 23:38:25)

    서작가님의 간병일지를 읽으며
    나도 알고있는 22년 전의 일을 떠올려 봅니다.

    병상에 누워계신 어머니를 병문안 하며
    당시의 분위기를 떠 올려봅니다.
    나보고는 가수라고 하셨는데 ~

    대부분 누구나 어머니와는 친밀감이 있는데
    서작가의 어머니를 향한 효심은 더욱 대단했습니다.
    매우 지극정성 효심이 깊었지요

    거기에다가 예쁜 딸 장녀 장희까지
    할머니를 향한 하기힘든 온갖 간병모습의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며
    할머니의 고통받는 모습에서 행한 손녀의 일들은
    이쯤하기로 하고
    각자가 상상하여 보시라요

    분명한 것은 손녀의 효심또한 애비 못지 않은 착한 모습으로
    나로 하여금 기억하게 하시며
    믿음 좋은 가정의 기도를 들으시고
    손녀의 삶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 줄 믿습니다.

    훌륭한 남편을 만나 똑똑한 아들 형제를 낳고
    홍콩에서 잘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병상의 말기 암환자를 전도한 얘기도 기억이 됩니다.
    잘 보았고 감사합니다.

  • 김철환(2021-10-21 15:05:06)

    오랜만에 홈페이지에 들렸습니다.
    구본홍 권사님의 우산과 서대화 권사님의 간병일지를 읽으면서
    잠시 독서 삼매경에 행복을 만끽해 봅니다.
    훌륭하신 분들이 계서서 멀리 가지 않아도 가끔 이렇게
    가슴 따듯한 글을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병상 일지를 읽으면서 서 권사님은 참 귀한 전도를 하셨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기회가 왔을 때 과연 그렇게 전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오래전에 성가대원 한 사람이 (갈릴리) 수술을 받게 되어 문병을 가서
    기도를 할 때 한 병실에 있는 다른 환자를 위해서 크게 기도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그 병실에 입원해 있던 다른 환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적이 있는 일이 생각납니다.
    누구라도 다 그렇게 기도할 것이지만 전도에 별로 자신이 없는
    내가 그때 약간의 전도에 대한 도전을 꿈꾸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좋은 글 감사 합니다.
    구 권사님 글은 페이스북을 통해서 매일 보고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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