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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이의 붉은 카네이션 (나의 어머니)
작성자 구본홍 등록일 2021-05-08 12:43:17 조회수 52

한송이의 붉은 카네이션

 

40여 년 전, 어머니의 날을 어버이 날로 확대 하였을 때 참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왜 어머니의 날을 아버지와 합쳐서 뭉뚱그렸나 싶었다.

 

부모의 사랑은 하나같지만, 어머니의 사랑은 간절하고 가없으시며, 희생이고 절대적이시다.

극한의 추위 속에서 아기를 품에 안고 동사(凍死)하면서도 아기는 살린

눈물겨운 실화는 어머니의 거룩하고 고귀한 자식 사랑을 보여주었다.

물론 아버지가 밖에서 하루 내내 고생하는 것도 결국 자식 사랑이다.

그러함에도 자식에 대한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을 말한다.

그래서 전 세계 대부분 나라가 어머니의 날을 기리고,

나라에 따라 아버지의 날도 따로 두는 곳도 있다.

 

나의 어머님은 9남매를 연년생으로 낳아 거의 홀로 키우셨다.

아버지가 직장을 그만두고 방황하면서 전국을 헤매실 때,

무려 20년 넘게 그렇게 지내실 때,

어머님은 누구도 도와주는 사람 없이 홀로 우리를 가르치고 먹이셨다.


끼니가 없을 때, 시집올 때 한아름 해 오셨던 옥양목 원단을

깊은 장롱 아래서 주저주저 꺼내셔서 눈물을 훔치시며,

동네 포목시장으로 가서 헐값에 내다 팔아 쌀도 사고,

우리가 그렇게 껄떡거리던 어묵이랑, 고등어랑, 김도 사시고,

그만 살까 망설이며 곰곰이 갈등하시다 너 소고기 먹고 싶지?” 하시며

나를 핑계 삼아 소고기 반근(300g)을 사들고 오시던 어머니......

그렇게, 시집오실 때 가져오신 것 옥가락지, 금비녀 할 것 없이

다 내다 팔아 쌀도 사고 보리쌀도 사고해서 우리를 먹이셨다.

 

어쩌다, 간식이라며 감자를 삶거나, 술빵을 쪘을 때도 어머님은

나는 진작 많이 묵었다. 너거나 많이 묵어라!” 하시며 부엌으로 나가셨는데,

크나 작으나 철딱서니 없는 9남매는

엄마는 부엌에서 미리 많이 드신 모양이라 생각하며, 게걸을 떨었다.

 

어느 시인이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며

눈물겨운 후회의 고백을 한 것이 너무도 가슴을 헤집는다.

부뚜막에 앉아 보리쌀만으로 끼니를 때우시고,

겨울에도 냇가 얼음물에 손이 부르터져도 맨손 빨래하시던 어머님은

그렇게 하셔야 하고,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어머님은, 너나 나나 모든 집의 어머니는 똑같으셨을 것이다.

 

내가 다 커서 대학을 다니고 직장을 구하고 씩씩하게 나아갈 때,

아버지는 심한 지병으로 앓아누우셨다.

수십 년 동안의 방랑으로 몸이 완전히 망가지신 것이다.

그런 아버지가 미웠다. 증오했다.

어머님의 피눈물의 한평생이 아버지로 오버 랩 되면서,

위암 말기로 누워계신 데도 아버지는 원망스러웠다.

나는 싫으나 고우나 장남으로서 아버지 병간호를 도맡을 수밖에 없었는데,

놀랍게도 어머님이 함께 아버님 곁을 지키시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원망스러우셨을 텐데도, 어머님은 나의 옆에서

근심 어린 표정으로 아버님을 간호하셨다.

아무리 밤이 깊어가도 아버님이 주무신 것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작은 소파에 새우잠을 청하셨다.

 

그런 어머님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며칠을 보내면서 나는 어머님의 너무도 진지하고 순수하신 모습에

스스로 감동하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덩달아 서서히 마음이 열리고 가라앉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밉기로 본다면, 원망스럽기로 한다면,

어머님 보다 내가 어찌 더할까?

 

그래도 아버지를 미워하지 마라, 니 아버지 없으면 니가 세상에 나왔겠나?

그걸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갑자기 북받쳐서 펑펑 눈물이 쏟아졌다. 그러시는 어머니가 불쌍해서,

아니 너무 고결하신 어머님의 오직 가족을 위한 희생이

너무 하늘 같아서 흘린 감동의 눈물이었다.

더구나 나는 결코, 어머니의 입술에서

아버지 원망하시는 소리 들어 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슬펐다.

 

어머님은 90세에 침대에 주무시다가 가만히 소천하셨다. 

산소는 멀리 있으면 잘 찾지 않기 때문에 어머님은 서울 근교에 모셨는데,

아버님은 시골 선산에 누워계셨다.

속으로는 은근히 아버지 근처에 어머님을 누이시기 싫었다.

9남매 나머지 형제자매들은 내가 장남이니까 알아서 하라 했는데,

나는 그것을 묵시적 동의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따로 다시 떨어져 누워계셨는데,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았다.

지극히 간호하시던 모습에서나, 어머님의 고결하신 품성으로 볼 때도,

이미 아버지를 용서하신 것이 분명하다는 마음이 번뜩 든 것이다.

형제들과 상의 없이 나는 아버님을 어머님 곁으로 옮겨 모셨다.

지금 두 분이 아주 양지바른 곳에서 나란히 누워 계신다.

 

하나님께서 어머님을 부르셔서,

이 땅에서 누리시지 못한 복을 누리게 하고 계실 텐데,

아마도 無敎이셨던 아버님을 어머님이 인도하셔서

이제 하나님 옆에 함께 계실 것으로 믿고 있다.

오늘 어버이날,

그 싫었던 기억들이 아직도 가슴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지만

한평생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셨던 어머님의 숭고한 뜻을 기려 모두 지운다.

 

오늘 어버이날, 아무도 붉은 카네이션을 주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정기검진 갔던 안과 의사가

아버님 절친은 아버님과 같으시다

붉은 카네이션 한 송이를 곱게 싸서 주었다.

역시 예기치 않은 배려는 그것이 아무리 작아도

하늘만큼 감격이고 감동이다.

그래서 올해 어버이날은 마지못한 배려가

아닌 진정한 마음의 카네이션으로 행복하다.

2018.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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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영진(2021-05-22 15:38:20)

    "어머님 은혜"
    양주동 작시 이흥렬 작곡

    1.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뉘시며 손발이
    다 닳토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높다하리오
    어머님의 은혜는 가이없어라



    2.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주시고
    자라선 문기대어 기다리는 마음
    앓을사 그릇될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위에 주름이 가득
    땅위에 그 무엇이 높다하리오
    어머님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구 권사님의 애틋한 글을 읽고나서
    떠오르는 양주동/이흥렬의 '어머님은혜' 가사를 옮기는동안 복받치는 눈물이 저절로 얼굴.마음을 적십니다
    좋은말,글로 그 가없는 어머니의 은덕을 다 표현해 주셨기에 더이상 덧붙일 언어 생략하겠습니다

    대신, 이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다~~~ 예수다!!♡♡♡
    감사합니다

  • 이성수(2021-05-14 13:10:19)

    주님의 이름으로 감사드립니다

  • 이남용(2021-05-10 14:44:02)

    어제 저희가 부른 장엄하고 거룩했던 찬양 두곡을 연이어 들으며
    구본홍 권사님의"한송이의 붉은 카네이션 (나의 어머니)" 글을 읽고 있습니다.
    벅차오는 가슴이 아프다 못해 아립니다.
    다시한번 크고 큰 어버이의 은혜를 생각하는 좋은 시간 이었습니다.
    구본홍 권사님 감사합니다.
    이런 시간을 갖을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26년전, 16년전 10년을 두고 하나님 나로 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유산으로 물려주신 믿음 더욱 잘 지키겠다고 다짐 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좋은 동영상으로 봉사하시는 허훈 권사님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드립니다.
    행복하고 복된 시간이었습니다.

  • 김기두(2021-05-10 11:22:45)

    글을 읽으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수가 없었네요
    9남매의 장남답기도 하고
    또 장남이기에 모든것을 극복하고 훌륭한 삶을 엮어낸것 같습니다.
    내가 보기엔 장남 구본홍 참으로 장하네요.
    어머니의 지극정성이 일궈내신 일이라 보여집니다.
    한마디로 감동입니다.
    장합니다.

  • 서대화(2021-05-08 15:24:08)

    호미도 날이언 마라난 ...
    우리의 고전 사모곡이 꼭 이와 같은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아버지도 어버이건만 어머니의 사랑을 어찌 따를 수 있을까.
    어버이날, 자식들에게 대접받기를 바라는것이 아니라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며 절실하게 옛날을 회상하게 됩니다.
    어머니를 그리며 눈물나는 감동을 받을만할 그 무엇을 기대하던 중에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참 좋은글 읽고 정서적인 허전함을 채우고 갑니다.
    독자들 모두가 어머니를 그리는 사모곡에 눈물도 지으면서 옛 추억을 그리워 할 줄 압니다. 언론계의 노장다운 필력이 많은이를 감동케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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