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용하고 계신 브라우저는 오래되었습니다.
알려진 보안 취약점이 존재하며, 새로운 웹사이트가 깨져 보일 수도 있습니다.
최신 브라우저로 업데이트 하세요!
오늘 하루 이 창을 열지 않음

게시판 내용
[수필] 곤줄박이
작성자 서대화 등록일 2021-03-30 20:34:00 조회수 34

아파트 건물 벽 아래쪽에서 새 소리가 요란하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여름날 새벽인데 새 한 마리가 다급하게 울부짖는다. 저것이 사람의 목소리라면 위험에 처 했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비명(悲鳴)일 것이다. 날카롭고 애절한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다가가니 화단 배롱나무 아래 곤줄박이 두 마리가 보인다. 한 마리는 바닥에 쓸어져 실신한 듯 날개만 퍼덕이고 또 한 마리는 쓸어져 있는 새의 날개 죽지 사이를 부리로 쪼아 대는 것으로 보아 경각에 달린 목숨을 살리려 응급처치라도 하는 것 같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는 확인 할길 없으나 쓸어져 있는 새는 기력을 회복할 가망성이 없어 보인다. 연약한 부리 외에는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지체가 없는 가련한 새 한 마리는 죽어가는 다른 새 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절박한 신호음을 듣고 같은 종의 또 한 마리의 새가 날아와 앉았으나 이놈 역시 도울 길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가깝게 다가갔더니 한 녀석은 나를 경계하다가 나뭇가지 위로 날아가 버리고 한 마리만 쓰러진 새를 일으키려 애 쓰고 있다. 미물이긴 해도 숨을 거두고 있는 가족을 품에 안고 울부짖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아가씨 죽지 마, 숨 쉬어 봐! 얼른 숨 셔...』십년도 더 지난 옛날, 아무도 없는 듯 고요한 산속의 기도원 골방에서 생명이 꺼져가는 시뉘를 품에 안고 절규하던 아내의 모습이 떠오른다. 주위에 의료시설은 물론 인적마저 없어 누구의 도움도 바랄 수 없었던 참담했던 그 새벽, 아내는 죽어가는 내 여동생인 시누이를 품에 안고 숨 쉬라며 눈을 뜨라며 안타깝게 울부짖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눈빛에 담아 간병으로 애쓰고 있는 올케에게 전하던 동생은 이내 눈을 감고 말았다. 동생의 죽음은 우리들 평생에 지워지지 않는 슬픔으로 가슴 한 구석에 큰 구멍을 남겨 놓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결혼적령기를 넘기고 있던 동생은 하나님을 섬기는 신앙생활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비교적 밝은 앞길이 보장되었던 공직의 길을 미련 없이 버리고 신학을 공부한 것은 그녀의 나이 삼십대 중반쯤이었다. 4년간의 신학 대학을 마치고 한 교회에서 목회자의 과정을 밟아가던 어느 날 평소에 꿈꾸어 오던 일이라며 소외된 이웃을 위한 무료 양로원 설립 의사를 통보를 해 왔다. 온 가족은 하나같이 반대의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이미 결정했고 어느 정도의 진척을 이루고 있던 동생의 계획은 아무도 말릴 수는 없었다. 자신이 살고 있던 아파트와 다른 사재를 정리하여 강원도 춘천시 외곽에 노인들이 거처 할 만 한 집 한 채를 마련하고 의탁 할 곳 없는 어르신들을 모시게 되었다.

 

 늦어지는 막내딸의 혼기에 대한 걱정으로 기도 하던 어머니는 전혀 예상치 않았던 소식에 가장 많은 만류의 이유를 달았다. 하긴 다른 일도 아니고 의지 할 곳 없는 노인들에게 주거와 침식을 책임져야할 어렵고도 험한 일을 자청하겠다니 대견스러운 일이기는 하나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혼하면 신접살림 밑천으로 주어야 한다며 자질구레한 살림도구부터 크고 작은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준비해 놓고 결혼 대상자를 데리고 올 날 만을 기다리던 어머니의 당연한 우려였다. 막내의 생일날만 되면 의미 있는 성찬을 차려 주곤 했다. 이번이 결혼 전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생일이 될 런지도 모른다는 아쉬움과 기대감에서였다. 좋은 반려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여인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동생을 보고 싶었던 것은 어머니뿐만 아니라 우리도 마찬 가지였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동생은 인생의 목표와 이상을 다른 형제들에 비해서 한 차원 높은 곳에 두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사소한 일상생활에 대해서 이야기 들은 적은 없지만 아마도 먼 곳에 새로 들어와야 할 식구가 생기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성격으로 보아 밤을 도와서라도 그들을 데려왔을 것이고 새로 들어온 노인들을 씻기고 입히며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시도로 편하게 쉬지는 못했을 것이다. 많은 가족들의 의식주뿐만 아니라 갖추어야 할 관청의 행정업무 까지도 도맡아야 했던 동생은 아마도 피곤이 누적되지 않았나 싶다. 어느 날 가족 중 어르신 한 분의 심한 감기 증상으로 도립병원에 동행했던 날 평소에 안면 있는 의료진에게 자신의 피곤함을 문의 하게 되었다고 했다. 동생의 사회적인 헌신을 존경과 연민의 눈으로 응원하던 병원 내과 과장의 진찰을 받게 되었고 곧 건강의 이상 징후를 알게 되었다.

 

 마음을 터놓고 의논 할 만 한 오라비인 내가 있어 위안이 된다고 했다. 그것은 자신의 의사를 가장 존중해 주기도 할 테지만 끝까지 책임져 줄 붙이이며 보호자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어머니 에게는 비밀로 해 줄 것을 약속하고 곧 정밀검진을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진행으로 단 몇 개월의 시한부라는 통보를 받았을 뿐이었다. 별다른 치료방법을 찾지 못한 채 동생은 자신의 믿음대로 깊은 산속 기도원을 찾게 되었고 그 곳에서 금식하면서 운명하는 날 까지 신앙에 의지했다. 병세의 심각성을 짐작했던 우리 내외는 모든 일을 접어둔 채 막내의 기도 생활을 위해서 산 속에서 함께 지냈다.

 

 그 새벽, 곤줄박이 한 마리는 이내 싸늘하게 식어갔다. 숨을 쉬라며 죽지 말라며 다급하게 울부짖던 아내의 품에 안긴 동생은 그렇게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내 인생이 노을처럼 저물어 가는 어느 여름날 새벽에 어린 누이는 아직도 살아있는 모습으로 텅 빈 내 가슴속으로 날아들어 왔다.

빛나는 햇살을 받은 한 여름의 무성한 숲이 그날처럼 검고 푸르다. (끝)

facebook tweeter line
  • IT위원회(2021-04-06 19:36:40)

    지난 금요일 퇴근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화진의 그림수필 편집하다가
    그만 너무 피곤해 조는 바람에 날리고 나서
    마음이 거시기 했었는데 ~
    원상복구가 되어 다행입니다.

  • 서대화(2021-04-01 20:14:58)

    이성수 총무집사님.
    학교 업무로 바쁠텐데 글 마다 찾아다니시며 읽고 답글 쓰시느라 바쁘시겠어요. 그게 단원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의 표시이며 타고난 바른 인성이니 어찌하겠어요.
    좋은 인성대로 사시며 주위에게 선한 영향력을 넉넉하게 심어주는 참된 그리스도인 되시기 바랍니다.

    그와 같은 선한 마음을 만나고 교제할 수있게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

  • 서대화(2021-04-01 19:46:22)

    이남용 단장님
    다 읽으시고 성의있는 글로 표현해 주신것 고맙게 생각합니다.
    한 평생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거나 비슷한 아픔음 가지고 살고 있을 겁니다. 누구나 자신의 자세한 사연을 말 하지 않아 모르고 지날뿐 상처나 흔적은 누구에게도 있을줄 압니다.

    회사업무나 성가단 일들로 寧日이 별로 없을텐데 이런 것들로 개인의 시간 빼앗는듯 해서 민망하기도 하고요.
    다만 홈페이지는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 편하게 놀다 가는 휴식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다 읽어주셔서 감사.^^

  • 서대화(2021-04-01 19:11:05)

    김철환 권사님, 모든 단원 님들 께서 쉬지 않고 기도할 터이니 근심하지 말고 편하게 쉬면서 귀한 육신의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천군천사도 함께 하시며 우리도 정성다해 그대를 돕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며 얼른 일어날 생각만 하세요. 힘들고 신경 쓰일텐데 이런글에 힘든 댓글은 뭐하러 답니까.그래도 댓글로라도 이렇게 만나니 참 다행이며 완쾌된듯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그대가 아프다 하니 건강이 제일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피곤한 상태에서도 바른 예절 보여주시는것 참 고맙습니다.

  • 김철환(2021-04-01 18:46:08)

    아무리 하찮은 나무라도 대목장(大木匠)의 손에 들려지면 아주 요긴하고 소중한 목재로 사용이 되는 것처럼 그 흔한 곤줄박이 새 한 마리를 소재로 이처럼 감동 넘치는 그을 쓰신 권사님께 감사함을 느끼는 것은 아직도 회복되는 않은 건강으로 몸과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터에 좋은 글을 올려 주셔서 읽으며 위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나눔의 동산이야기가 나오면서 오래전에 몇 번 찾아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금도 받아보는 나눔의 동산 소식을 접할 때 마나 빗진 마음으로 초심을 잃고 사는 내 모습이 속상할 때도 없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서 정자 전도사님의 그 하나의 밀알이 지금 그곳에 속해 있는 가족들에게 얼마나 낙원 같은 세상으로 바뀌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전도사님의 결심과 기도가 하늘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그동안 몸이 편치 않아서 책 읽는 것도 멀리하고 있었는데 간만에 구 본홍 권사님 강화도 나들이 이야기와 함께 권사님의 가슴 찡한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편안해 지고 글줄이 선명해 지면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제저녁에는 몸이 너무 아파서 (편도농양증) 강남 세브란스 응급실에 가서 네 시간 동안 치료를 받고 오기도 했는데 병원 같다 온 뒤로 많이 좋아져서 오늘은 통증도 사라지고 좋은 글을 읽어서 마음까지도 편안해지는 좋은 밤입니다.

    늘 그렇지만 고맙고 감사하고 부럽습니다.

  • 이성수(2021-04-01 15:45:29)

    이화진권사님의 자연과의 만남 즉 등산을 하며 새와의 소통을 통해 귀한 은혜를 느끼고 받았는데 그 만남을 통해 서대화작가님의 곤줄박이 새의 슬픔을 사랑하는 소중한 여동생 서정자전도사님을 떠올리시며 주님을 향한 그 사랑을 실천하시가 주님의 부름을 받고 먼저 주님 곁으로 가 계신 받아들이고 싶으시지 않은 그 아픈 마음...
    주님께서 원치 않는 십자가를 대신 지시고 가신 십자가의 길을 묵상합니다

  • 이남용(2021-04-01 14:31:46)

    서대화 권사님 사랑합니다.
    이렇게 가슴 아픈 사연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신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렇게 다져진 삶 속에서 아름다운 글이 나오는것 같아요.
    가슴 깊숙히 밀려오는 먹먹함이 오늘 오후 내내 지속될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너무 아름답게만 그껴지는건 천국에 대한 소망 때문이겠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갖고계신 동생분은 영원한 생명이 있고
    아픔도 고통도 없는 아버지의 나라 저 천국에서
    이 땅에서 못다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계심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면서 권사님과 함께 찬양을 하며 신앙 생활을 할 수 있다는게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더 많은 좋은글로 우리 남성성가단 단원님들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세요.
    권사님 사랑합니데이~~~

  • 서대화(2021-03-31 20:58:54)

    IT위원장다운 관심을 가지고 홈피를 매일 순시하시는구랴. 어젯 밤에 올린 글인데 벌써 댓글이 출동 하셨네요. 이것 또한 아는이들은 알고있는 내용이나 모르는이가 더 많은 사연이며 꾸미지 않은 논 픽션이니 사실을 다 알고 그 슬픔을 함께 나누었던 위원장으로서는 새삼스러울 것입니다. 벌써23년 전의 일. 웬만하면 그만 잊을 때도 되었건만 아직도 그날의 슬프고 허망했던 기억이 날로 새로워 지네.

    이글은 일전에 이화진 권사님의 곤줄박이에게 먹이를 주는 감동적 영상을 보고 생각이 나서 올린 것입니다.

    이러한 게시물이나 개인적, 혹은 신앙적인 사연들을 여럿이서 자유롭게 올려서 그 내용들로 인해서 홈페이지가 더 활발하게 운용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 IT위원회(2021-03-31 20:03:35)

    수필 곤줄박이의 글을 읽노라니 옛날 생각이 떠오른다.
    이 글의 스토리를 잘 알고 있으며 천국에서 나눔의 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서정자 전도사의 얘기다.

    광림교회 서정자 전도사로 바로 이 천사를 곤줄박이 새로 이야기하다가 말미에 천국에 있는 동생을 그리며 쓴 필자의 얘기다.

    이는 우리네 삶과는 격이 다른 삶을 살다가 그만 못된 암병을 얻어 곤줄박이가 되어 세상을 떠난 얘기다.
    이 글을 읽으며 끝내 옛날을 생각하며 끝내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허나
    지금도 그는 분명 살아있다
    춘천 외곽에 나눔의동산을 만들어 놓고 도저히 혼자살아가기는
    어려운 사람들이 보금자리로 알고 살아가는곳으로 제법 자리가 잡힌
    유명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동생은 천생 여인으로 곱고 예뻣고 마음까지도 천사다.
    허나 누구나 흔히 생각하기 어려운 천사의 집을 그리며
    끝내는 실천에 옮기고 천국에 안식하고 있는 얘기다.
    감회가 새롭다.

게시판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1069라일락 꽃이미지구본홍2021.04.1174
1068이화진의 그림수필 - 눈속의 곤줄박이이미지IT위원회2021.04.0339
>> [수필] 곤줄박이서대화2021.03.3034
1066하나님의 선물과 강화나들이이미지구본홍2021.03.1582
1065[수필] 외딴집 박씨 어르신서대화2021.02.2455
1064[수필] 플라톤과 나의 행복서대화2020.12.2261
1063첫눈같이 내리던 아침 이미지구본홍2020.12.1355
1062세밑에 생각나는 연탄(煉炭)이미지구본홍2020.12.0747
1061교회 종소리 이미지구본홍2020.11.2179
1060[수필] 11월서대화2020.11.1975
1059 멸종동물과 童心이미지구본홍2020.11.1031
1058[수필] 위치추적서대화2020.11.0149
1057홍시(紅枾)는 보시(布施)였나보다.구본홍2020.10.1793
1056 홍시(紅枾)는 보시(布施)였나보다이미지구본홍2020.10.1682
1055마크 트웨인서대화2020.10.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