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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같이 내리던 아침
작성자 구본홍 등록일 2020-12-13 15:26:34 조회수 39



첫눈같이 내리던 아침

 

유리창 쪽에서 싸늘한 냉기가 전해와

숨죽인 햇살을 더듬어 커튼을 열었더니 눈이 내린다.

며칠 전 大雪 값을 하겠다며 희죽희죽 오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아침부터 제법 힘차게 내린다. 이게 첫눈이다.

반가워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를 걷고 싶어

주섬주섬 챙겨입고 나와 눈을 맞는다. 이게 가을비라면 어림이나 했겠나.

아뿔사, 부지런하신 경비께서 뽀얗게 쌓여있어야 할 눈을

내리는 쪽쪽 깡그리 쓸어버리고 있다.

후다닥 아파트 뒤편으로 달려가니 비로소 설경이 비친다.

새하얀 눈들이 조금씩 쌓여가는 걸 보니

자나깨나 뒤숭숭하고 왠지 모를 분노로 대책없이 뛰던 맥박이 멈칫한다.

창에서 바라보는 앙상한 가지들이 그렇게 안쓰럽고 쓸쓸해 보였는데,

뿌리로 내려간 수액을 끌어올려 새 생명을 잉태하듯 흰꽃을 피운다,

금새 생기를 찾은 자연들이 저요저요 까치발 하고 선다.

이 눈꽃이 내 마음의 위로라면,

추잡한 세상을 지워버리는 물감이라면,

추위에 떠는 뭇 생명들을 깊게 포옹하는 하얀 캐시미어라면,

모란 동백이 다시 필 때까지 녹아 흐르지도, 바래지도

때묻지도 말아야 할텐데 ......

돌아서는 마음이 아쉬워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이니

놀랍게도 대지 깊숙이에서 솟아오르듯 맥박이 힘차게 뛴다.

사람들은 뛰는 가슴을 듣지 않고 움츠리겠지.

지구 한가운데서 끓어오르는 그 맥박을 쫓아

올 겨울에도 운동화 끈은 풀지 말아야겠다. 202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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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두(2020-12-26 00:16:12)

    역시 권사님의 표현력은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군요.
    감사합니다.
    좋고 아름다운 글 한 편이 포근함을 줍니다.

  • 김철환(2020-12-19 11:14:47)

    펄펄 눈이 옵니다
    바람 타고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송이 송이 하얀 솜을
    자꾸 자꾸 뿌려줍니다
    자꾸 자꾸 뿌려줍니다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하얀 가루 떡가루를
    자꾸 자꾸 뿌려줍니다
    자꾸 자꾸 뿌려줍니다

    올해 첫눈을 함박눈으로 맞이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첫눈을 보면 좋은 것은 왠지요.
    권사님의 첫눈을 읽으면서 또 동심에 나라에 갑니다.
    논둑길에 하얗게 내려 싸인 눈을 밟으며 학교 가던 생각이 납니다.
    십리길 고사리 손을 호호 불며 오가던 그 길에 지금은
    자동차가 다니는 큰길로 확장이 되어 아스발트가 깔린
    도로로 변해있지만 그 길을 지날 때면 늘 그런 어릴 적 동심의
    나라로 잠시 날아갑니다.
    참 힘들었지만 아름다웠던 추억이었지요.
    먼저 간 친구들의 발자국을 따라 밟으며 가던 길
    어쩌다 집에서 일찍 나오면 내가 제일 먼저 발자국을
    만들던 길 그 추억의 아름다운 우리 고향 마을길에
    지금은 오가던 친구들도 보이지 않고 마을 사람들도
    외지인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는 바람에 예전 같지 않은
    고향 풍경을 생각하면서 쓸쓸한 마음을 가져봅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이성수(2020-12-17 10:48:54)

    '눈'하면 동심의 세계가 떠 오른다. 어릴적엔 왜 그리도 좋았는지... 약속이나 한듯이 아이들이 어머님께서 손수 떠 주신 모자와 장갑 목도리등을 갖추고 동네에 나와서 깔깔깔 함박 웃음이 가득한 채 눈사람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신나게 놀이를 하던 그 때가 생각난다. 온 천지가 하얗게 변한 세상...그냥 이유없이 눈만 내리면 신나했던 그 때를 떠 올리게 하는 권사님의 글에서 궂이 변명을 한다면 그동안 삶의 많은 것들 때문에을 잊고, 잃고 살았던 지난 날을 돌아보니 부족한 것 뿐! 다시한번 글을 읽으며 타임머신을타고 그때로 돌아가니 얼굴에 환한 미소가... 귀한 글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함께여서 정말 행복합니다. 여호와샬롬+

  • IT위원회(2020-12-17 00:19:27)

    눈이 오면
    어 ~ 눈이왔네

    아니면
    눈이 펑펑내리는데
    오래 남을 눈은 아닐것같네
    아니 쌓이기 전에 녹아버릴것 같은데
    기온이 차면 도로가 얼어붙어 빙판이 되겠는걸
    하며 나같으면 이런 생각뿐이 없을 텐데


    "첫눈같이 내리던 아침" 이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만드니
    이러한 분들과 남성성가단에서 함께 찬양하며
    가깝게 형제로 대하는 처지이니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로 행복합니다.


    글을 올린 분이나
    댓글을 쓴 분의 댓글내용도
    나로선 도무지 따를수 없는 글재간에
    그냥 감동하며 좋아할 뿐입니다.

    남성성가단에
    두분이 있어서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부디부디 건강하게 오래도록
    함께 하며 살아가십시다.
    할렐루야 ~~~~~

  • 서대화(2020-12-13 16:16:44)

    아침에 일어나니 정말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할 만큼 아름답게 눈이 내렸어요. 창 밖으로 보이는 천마산 봉우리가 하얀 관을 뒤집어 쓰고 멀찍이서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군요. 아까운 눈. 빨리 사라져 버릴 하얀 눈, 기적같이 왔다가는 행복처럼 사라진다는 백설부를 생각하며 기분 좋은 아침을 맞았지요.

    권사님이 느낀 그대로, 지난 해였던가. 많은 눈이 내려 카메라에 담고 싶은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인근의 사적지인 사릉으로 향했지요. 겨우 어둠이 거칠 만한 이른 시간이었는데 문화재관리원으로 보이는 여러명의 직원들이 바람부는 기계를 이용해서 그야말로 깡그리 날려 버렸던 일을 기억하게 하는 군요.
    나뭇가지에 더러 남아있는 눈을 겨우 촬영하고 돌아온 씁쓸한 기억 한 자락.
    아직도 가슴속에 남겨두신 눈위를 걷고 싶어하는 마음을 존중합니다. 순수한 그 마음 영원히 간직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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